20년 데이터가 말하는 것: 장이 안 좋으면 그냥 쉬어라
20년 데이터가 말하는 것: 장이 안 좋으면 그냥 쉬어라
주식 고수들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일정 기간 아예 거래를 안 한다. 초보는 매일 뭔가 사야 마음이 편하고, 고수는 몇 달씩 손을 놓는다.
이게 감(感)일까, 아니면 숫자로 확인되는 것일까. S&P500 499종을 20년치(2006~2026) 로 돌려서 확인해봤다. 2008년 금융위기가 포함된 구간이다.
시험한 것
진입 조건과 청산 방법은 전부 고정하고, "이런 날은 아예 안 산다"는 조건만 다섯 가지 붙여서 비교했다.
- A 무필터 — 조건 되면 언제든 산다 (현행)
- B S&P500이 200일선 위일 때만
- C S&P500이 50일선 위일 때만
- D VIX(공포지수)가 25 미만일 때만
- E 200일선 위 + VIX 25 미만
결과
| 필터 | 신호 유지 | 기대값R | 최대낙폭 | 총수익 |
|---|---|---|---|---|
| A 무필터 | 100% | 0.145 | −86R | 3,771R |
| B 200일선 위 | 89% | 0.171 | −73R | 3,974R |
| C 50일선 위 | 81% | 0.146 | −72R | 3,061R |
| D VIX<25 | 90% | 0.130 | −84R | 3,038R |
| E 200일선+VIX | 84% | 0.152 | −81R | 3,313R |
B가 전부 이겼다. 기대값이 18% 오르고, 최대낙폭이 얕아지고, 신호의 11%를 버렸는데 총수익은 오히려 늘었다.
버린 11%가 손실 덩어리였다는 뜻이다. 안 사서 번 게 아니라, 안 사서 안 잃었다.
금융위기 때만 떼어보면
여기서 진짜 성격이 드러난다. 2007년 10월부터 2009년 6월까지 들어간 매매만 골라봤다.
| 필터 | 건수 | 기대값R | 총합 |
|---|---|---|---|
| A 무필터 | 930건 | −0.451 | −419R |
| B 200일선 위 | 298건 | −0.319 | −95R |
| D VIX<25 | 535건 | −0.711 | −380R |
어떤 필터도 위기에 돈을 벌지 못했다. 전부 마이너스다.
그런데 B는 손실을 −419R에서 −95R로 줄였다. 77% 감소. 국면 필터는 수익을 만드는 장치가 아니다. 손실을 줄이는 장치다. 그거면 충분하다.
반전: VIX는 오히려 독이었다
"변동성이 높으면 쉰다"는 말은 상식처럼 통한다. 그런데 데이터는 반대였다.
VIX 필터를 넣으면 총수익이 3,771R에서 3,038R로 줄었다. 위기 구간만 보면 더 심하다. 건당 −0.711R로, 아무 필터도 안 쓴 것(−0.451R)보다 나빴다.
이유는 뜯어보면 명확하다. 폭락장은 일직선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급락 → 잠시 잠잠 → 다시 급락을 반복한다. VIX가 25 아래로 내려오는 그 '잠잠한 구간'이 바로 다음 급락 직전이다. VIX 필터는 정확히 그 타이밍에 매수 허가를 내준다.
공포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사는 것. 직관적으로는 신중해 보이지만, 하락 추세에서는 그게 가장 나쁜 선택이었다.
조건은 적을수록 좋았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조건을 더할수록 나빠졌다는 점이다.
```
200일선만 → 3,974R
200일선 + VIX → 3,313R
50일선만 → 3,061R
```
두 개를 합친 E는 하나만 쓴 B보다 못했다. 필터를 겹칠수록 신호가 줄어드는데, 줄어든 만큼 좋아지지 않으면 그냥 기회를 버린 것이다.
규칙은 단순할수록 오래 간다. 조건이 하나면 우연히 맞을 확률도 낮다.
이 숫자를 믿을 때 주의할 것
유니버스가 오늘의 S&P500 499종이다. 2008년에 사라진 리먼브라더스나 베어스턴스는 목록에 없다. 살아남은 기업만으로 위기를 재고 있으니, 절대 수치는 실제보다 좋게 나온다.
다만 여기서 본 것은 A와 B의 차이다. 편향은 양쪽에 똑같이 걸리므로, 개선폭(+18%, 위기 손실 77% 감소)은 여전히 읽을 만하다. 절대값이 아니라 차이만 보면 된다.
그래서 규칙은 이렇게 된다
```
S&P500 종가가 200일선 위 → 신규 진입 허용
S&P500 종가가 200일선 아래 → 신규 진입 중단 (보유분은 각자 청산선대로)
```
20년 중 25%, 1년에 평균 3개월은 새로 사지 않는다.
고수들이 몇 달씩 손을 놓는 게 인내심이나 배짱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 기간에 사면 잃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판단에 복잡한 지표는 필요 없었다. 지수가 200일선 위인가, 아래인가. 그거 하나였다.
핵심 요약
1. S&P500이 200일선 위일 때만 진입하면 기대값이 18% 올랐다. 20년 검증, 금융위기 포함.
2. 최대낙폭이 −86R에서 −73R로 줄고, 총수익은 오히려 늘었다. 신호 11%를 버렸는데도.
3. 금융위기 구간 손실을 −419R에서 −95R로 77% 줄였다.
4. VIX 필터는 오히려 해로웠다. 폭락 중간의 잠잠한 구간에 매수 허가를 내준다.
5. 조건은 적을수록 좋았다. 두 개를 합친 조합이 하나만 쓴 것보다 나빴다.
자주 묻는 질문
*이 글의 수치는 실제 백테스트 실행 결과다. 과거 성과가 미래를 보장하지 않으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