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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만든 매매 시스템,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매매 기법AI로 만든 매매 시스템,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AI한테 맡기면 큰일난다"는 말, 절반만 맞습니다

AI로 투자 시스템을 만든다고 하면 십중팔구 이 말을 듣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다만 위험이 어디 있는지는 대체로 잘못 짚습니다.

몇 달간 규칙 기반 매매 시스템을 만들면서 실제로 겪은 것을 정리했습니다.

계산은 위험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흔한 걱정은 "AI가 숫자를 틀리면 어쩌나"입니다.

작업 PC를 바꾸고 나서 예전 검증을 다시 돌려봤습니다. 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

1건당 성적 0.049 · 평균 13일 보유

```

다시 실행한 결과는 1,625건, 승률 33%, 0.049, 13일.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같았습니다.

당연합니다. 계산은 정해진 대로 돕니다. 같은 입력에 같은 출력이 나옵니다. AI가 쓴 코드든 사람이 쓴 코드든, 일단 돌아가면 재현됩니다.

위험은 "요약"에 있었습니다

진짜 사고는 다른 데서 났습니다.

이전 작업에서 "이 규칙이 한국에도 적용되나?"라고 물었고, "된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실제 코드에 남은 건 이랬습니다.

```

검증 표시는 코스닥에만 부여

```

코드는 정직했습니다. "코스닥만 검증됨"이라고 정확히 구현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로 전달되는 순간 "한국에도 된다"가 됐습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요약이었습니다. 그리고 요약은 뉘앙스를 지웁니다.

"코스닥만, 적은 표본으로, 이런 한계 아래서 통과" → "된다" 세 글자

정보가 사라집니다. 몇 주 뒤 그 판단을 확인하려 했을 때 근거 숫자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메모 한 줄뿐이었습니다.

두 번째 위험: 조용히 잘못 도는 것

에러는 친절합니다. 멈추고 빨간 글씨를 보여줍니다. 진짜 위험한 건 아무 일 없이 잘 도는데 다른 걸 계산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하루 동안 이런 게 세 번 나왔습니다.

설정값이 무시되고 있었습니다. 파는 기준을 10일에서 15일로 바꿔 돌렸는데 결과가 소수점까지 똑같았습니다. 파고들었더니 같은 기능이 두 군데 있었고, 한쪽에 10이 못박혀 있어서 설정을 덮어쓰고 있었습니다.

미래 정보가 섞여 있었습니다. 한국 검증 대상이 "오늘 기준 거래 활발한 500종"이었습니다. 10년 전 검증에 오늘의 순위를 쓴 것입니다. 이걸 전체 종목으로 바꾸자 결과의 부호가 뒤집혔습니다.

데이터 종류가 달랐습니다. 20년치를 받으려고 옵션 하나를 바꿨더니 시스템이 일봉 대신 월봉을 돌려줬습니다. 503종 전부 "데이터 부족"으로 처리됐습니다. 개수를 세지 않았다면 168개짜리 월봉으로 돌린 결과를 일봉인 줄 알고 썼을 것입니다.

셋 다 에러 없이, 그럴듯한 숫자를 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쓰고 있나

하나. AI에게 판단을 시키지 않습니다.

"이 값을 40으로 바꾸는 게 좋겠습니다" 같은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대신 후보값을 미리 정해놓고 전부 돌린 표를 받습니다. 고르는 건 사람이 합니다. 돌린 뒤에 후보를 추가하면 그게 짜맞추기입니다.

둘. 합격 기준을 미리 못박습니다.

"앞 기간·뒤 기간 둘 다 플러스, 각 구간 최소 20건." 이걸 재기 전에 정합니다. 결과를 보고 기준을 조정하면 아무거나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셋. 요약이 아니라 숫자를 남깁니다.

"통과"가 아니라 "473종·10년·이 기간으로 나눠서, 앞 +0.147 / 뒤 +0.147" 을 남깁니다. 실패한 것도, 뒤집힌 이력도 함께. 그래야 몇 주 뒤에 자기 자신에게 속지 않습니다.

넷. 결과가 나오면 개수부터 셉니다.

같으면 안 되는 값이 같은지, 건수가 예상 범위인지, 데이터 기간이 맞는지. 위의 세 가지 사고를 전부 이 습관으로 잡았습니다.

결론

AI는 계산기로 쓸 때 안전하고, 판단자로 쓸 때 위험합니다.

숫자를 뽑는 일, 반복 실행, 코드 작성 — 여기서는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이게 좋다"는 판단, 결과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는 요약, 애매한 걸 그럴듯하게 메우는 것 — 여기서 사고가 납니다.

그리고 이건 AI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도 몇 주 지나면 자기가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잊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사람은 잊었다는 걸 아는데 AI는 잊지 않은 척한다는 것뿐입니다.

결국 답은 같습니다. 판단은 사람이 하고, 근거는 숫자로 남깁니다.

실제로 쓰는 작업 순서

말로만 "판단은 사람이 한다"고 하면 지켜지지 않습니다. 순서를 정해두는 편이 낫습니다.

1단계 — 무엇을 확인할지 한 문장으로 적는다

"청산 기준을 며칠로 하는 게 나은가" 같은 식입니다. 이 문장이 없으면 결과를 보고 나서 질문을 만들게 되고, 그러면 아무거나 통과합니다.

2단계 — 후보값을 미리 전부 적는다

"7일, 10일, 15일, 20일, 30일, 45일, 60일." 재기 전에 목록을 고정합니다. 돌린 뒤에 "50일도 해볼까"를 추가하면 그 순간 짜맞추기가 됩니다.

3단계 — 합격 기준을 미리 적는다

"앞 기간과 뒤 기간 모두 플러스, 각 구간 최소 20건." 결과를 보고 기준을 조정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4단계 — 전부 돌리고 표로 받는다

이때 AI에게 "어느 것이 좋습니까"라고 묻지 않습니다. 표만 받습니다. 고르는 것은 사람이 합니다.

5단계 — 개수부터 센다

결과가 나오면 건수, 기간, 데이터 개수를 먼저 확인합니다. 같으면 안 되는 값이 같지는 않은지,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지. 앞서 이야기한 사고 세 가지를 전부 이 단계에서 잡았습니다.

6단계 — 숫자를 남긴다

"통과"가 아니라 조건과 결과를 함께 적습니다. 실패한 시도와 뒤집힌 이력까지 남깁니다.

사람에게도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 글은 AI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든 기록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몇 주 전의 자신이 왜 그 판단을 내렸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코드에 "이 시장은 검증됨"이라는 메모 한 줄만 남겨두면, 몇 주 뒤에는 그 판단의 근거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AI가 요약해서 지운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기록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도구와 무관합니다. 판단은 사람이 하고, 근거는 숫자로 남깁니다. AI를 쓰든 안 쓰든 같습니다. 다만 AI는 훨씬 빠르게 많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기록하지 않으면 틀린 결론도 그만큼 빨리 쌓입니다.

*이 글의 사례는 실제 프로젝트에서 발생하고 수정한 내용입니다.*

시리즈 · 실패에서 만든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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